퍼온 ~~어느 고시생의 귀신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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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고시생의 귀신이야기
신림동 고시가에서 오랫동안 강의를 한 때문인지 적잖은 고시생들의 방문이나 메일을 받곤 한다. 지난 11월 중순의 이야기이다. 조심스런 전화와 함께 지금도 신림동고시촌 고시원에서 생활하며 고시공부를 하고 있다는 서른을 넘긴 고시생이 찾아 왔다. 많은 머뭇거림 끝에 이 친구가 털어 놓은 이야기는 자신이 고시원에서 귀신을 본다는 것이었다. 그 귀신이야기는 다음과 같다. 어쩌면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이야기인지도 모른다.
고시는 누구나 하는 것이다
대학에서 법학이 아닌 다른 분야를 공부한 이 친구는 졸업 후 학사장교로 군에 입대하였으며, 뜻한 바 있어 장기근무를 하게 되었다. 중대장을 거쳐 육군대위로 전역한 이 친구는 군에서 체득한 강한 체력과 자신감 그리고 고생하시는 어머님을 비롯한 식구들의 전폭적인 응원에 힘입어 전역 후 바로 신림동고시촌을 찾았으며 사법시험을 준비하기 시작하였다. 군에서 치러냈던 그 어려웠던 훈련과 작전을 모두 탈 없이 해내고 거듭 수많은 훈포장을 받았던 경험에 비추어 보면 고시란 너무도 쉬운 것이며, 여기저기에서 들리는 세월을 낭비하는 고시생들 이야기는 결국 자신을 스스로 이기지 못하는 나약한 변명장이들의 이야기일 뿐 결코 자신과는 아무 상관도 없는 일이었다. 그런 부류의 친구들이란 군에서 얼마든지 보아 왔으며, 또 자신이 여러 번 교육시킨 바도 있었다. 고시란 누구나 하는 것이라는 어느 학원강사분의 말씀만이 가슴 떨리게 다가왔다.
1년만에 자신감을 얻다
이내 고시공부는 시작되었다. 비법학도인 이 친구는 먼저 누구나 1년이면 합격시킬 수 있다는 유명학원종합반에 들어가 바로 문제풀이를 하는 것으로부터 고시공부를 시작하였으며, 1년후 1차시험을 본 결과 평균 76점을 넘었으나 낙방하였다. 당시 합격점은 평균 82점이었던 것이다. 1차 시험을 본 결과 본인과 식구들은 환호하였다. 비법학도로서 겨우 1년만을 공부했을 뿐인데, 76점이라는 놀랄만한 성과를 거둔 것이다. 과연 누구나 1년이면 고시를 마칠 수 있다는 말이 옳았으며, 이제 1년만 더 하면 충분히 합격하고도 남겠다는 확신을 갖게 된 것이다. 그런 자신감과 노력에 힘입어 다음 번 시험에서는 79점을 얻었으나 합격점이 83점을 넘게 나왔으므로 합격에는 이르지 못하였다. 그 다음 시험은 노력한 만큼 80점을 넘겼으나 역시 낙방하였으며, 그 다음엔 매우 어렵게 치른 시험에서 79점을 얻었지만 합격점이 81점이어서 단지 실력만을 확인했을 뿐 합격하지는 못하였다.
고시원에 귀신이 나온다
고시공부 4년째부터인가 뭔가 신변에 이상한 일이 일어나는 듯했다. 고시원에 혼자 누워있을 때면 누군가 옆에 함께 누워있는 것 같았으며, 잠을 자기위해 불을 끌라치면 천장에서 물끄러미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는 누군가가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혹한기훈련을 비롯하여 모든 극기훈련을 끝낸 경험이 있는 이 친구는 무서움을 이겨내며 고시공부에 전념하였다. 그러나 해가 바뀌고 그 해 고시를 치르고 나면서부터는 고시원의 스잔한 기운은 더해만 갔다. 옆에 누군가 누워 자꾸 나를 흔드는 일이 늘어만 갔으며, 불을 끄고 눕기만 하면 언제나 천장에는 나를 물끄러미 쳐다보는 무엇인가가 있었던 것이다.
푸닥거리를 하다
귀신을 보는 공포에 떨던 이 친구는 결국 식구들에게 도움을 청하였으며, 용하다는 영매를 불러와 여러 차례 굿을 하고 푸닥거리를 하였다. 푸닥거리를 할 때마다 영매는 말하기를 “조상신이 앞길을 막고 있으며, 조상신이 바로 그 고시원방에 함께 있다. 그러나 이제 제를 올렸으니 조만간 괜찮아질 것이다”고 하였다. 그러나 그 이후에도 귀신은 떠나가지 않았으며 자신의 능력을 아는 식구들은 어려운 살림살이임에도 불구하고 고시생활비와 푸닥거리비용을 아낌없이 지원해주었다. 어머니와 식구들의 희생과 사랑은 끊일 줄을 몰랐다.
무엇을 보았던 것일까?
거듭되는 귀신의 출현으로 고통 받던 이 친구는 별로 인기 있는 강사는 아니었지만 선대부터 오랫동안 불교집안이었으며 자신의 아버지인가 형인가가 스님이기도 하다던 그 강사가 수업 중에 재미삼아 하던 불교이야기인가 귀신이야기인가가 떠올라 자료를 뒤진 끝에 필자를 찾기에 이르렀다는 것이 이 이야기의 끝이다.
단지 얻어들은 이야기가 많을 뿐, 실은 속내는 없었던 필자는 소주 1병을 사주고 도가 더 높으신 분들께 여쭤보겠다는 말과 함께 헤어졌으나, 연락처를 받지 않아 더 이상 연락이 닿지 않고 있다. 그 귀신의 정체를 지금은 알 것도 같은데 연락처를 알지 못한다.
그 때 그 친구가 보았던 귀신의 정체는 과연 무엇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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