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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시인과 소설가 / 오탁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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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소설가  / 오탁번

 

어느 날 거나하게 취한 김동리가

서정주를 찾아가서

시를 한 편 썼다고 했다

시인은 뱁새눈을 뜨고 쳐다봤다

어디 한번 보세나

김동리는 적어오진 않았다면서 한번

 읊어보겠다고 했다

시인은 턱을 괴고 눈을 감았다

 

꽃이 피면 벙어리도 우는 것을……

다 읊기도 전에

시인은 무릎을 탁 쳤다

기가 막히다! 절창이네그랴!

꽃이 피면 벙어리도 운단 말이제?

소설가가 헛기침을 했다

‘꽃이 피면’이 아니라, ‘꼬집히면’이라네!

시인은 마늘쫑처럼 꼬부장하니 웃었다

꼬집히면 벙어리도 운다고?

예끼! 이사람! 소설이나 쓰소

대추알처럼 취한 소설가가

상고머리를 갸우뚱했다

와? 시가 안 됐노?

 

그 순간

시간이 딱 멈췄다

1930년대 현대문학사 한 쪽이

막 형성되는 순간인 줄은 땅띔도 못하고

시인과 소설가는

밤샘을 하며

코가 비뚤어졌다

찰람찰람 술잔이 넘쳤다

 

 

 

    (『시집보내다』시인수첩 201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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