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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아주 오래 천천히 / 이병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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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오래 천천히 / 이병률


떨어지는 꽃들은 언제나 이런 소리를 냈다

순간
순간

나는 이 말들을 밤새워 외우고 또 녹음하였다
소리를 누르는 받침이 있다는 사실이 좋아서
그 받침이 순간을 받치고 있는 것 같아서

그리고 새벽에 나는 걸어
어느 절벽에 도착하여
그 순간순간의 ㄴ들이
당도할 곳은 있는지
절벽 저 아래를 향해 물었다

이번 생은 걸을 만하였고
파도도 참을 만은 하였으니
태어나면 아찔한 흰분홍으로나 태어나겠구나
그렇다면 절벽의 어느 한 경사에서라면 어떨지

그리하여 내가 떨어질 때는
순간과 순간을 겹겹이 이어 붙여
이런 소리를 내며

순간들
순간들

아주 아주 먼 길을
오래 오래 그리고 교교히 떨어졌으면 


 
―『시와표현』(2014. 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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