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본주의 기독교의 세계관 (1) 유대인 대학살은 죗값을 치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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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기독교의 주류는 근본주의 기독교다.
간혹 진보적인 기독교인들이 아니라고 변명하지만, 엄연히 거짓말이다.
신도수 수만에서 수십만씩 거느린 대형 교회 목사들은 모두 근본주의 기독교를 신봉하고, 신도들에게 그것을 가르친다.
그리고 무지한 신도들은 근본주의 목사들이 하는 말들을 전부 사실로 받아들인다.
나 역시 고등학교 시절, 근본주의 기독교 단체들이 발행하는 잡지를 읽으며 근본주의 기독교에 빠졌다.
그중에서 <낮은울타리>나 <X 그리고 대중 사탕 문화에 대한 보고서> 같은 책들을 자주 읽었다.
이런 책들은 대중 문화가 사람들을 타락하게 만드는 사탄의 것이니 멀리해야 한다, 사탄이 세상을 지배하려 하니 항상 맞서 싸워야 한다, 계 통합은 사탄을 숭배하는 적그리스도의 음모다, 라는 식의 주장들을 담았다.
물론 무신론자가 된 지금에 와서 본다면 참 어처구니가 없는 내용들로 가득 차 있다.
그것들 중, <X 그리고 대중 사탕 문화에 대한 보고서>라는 책의 일부분을 발췌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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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쉰들러리스트> 역시 스필버그였습니다.
아카데미 7개 부문 수상, 화려한 조명과 천문학적인 흥행 수입...
예수님을 못 박고 '이 피를 우리와 우리 자손에게 돌리라'고 한 유태인의 죄는 흔적도 없고,
애매히 당한 고난만이 눈물겹게 그려진 영화.
영화가 단순히 문화 차원이 아니라
이데올로기나 메시지를 전달하는 강력한 전달 매체임은
누구나 아는 사실, 우상의 경지에까지
다다른 대중 예술 스타가 적그리스도와 만날 때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아찔합니다.
- <X 그리고 대중 사탕 문화에 대한 보고서>의 72페이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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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문장에 담긴 내용은 실로 섬뜩하다.
영화 쉰들러리스트를 완곡한 표현으로 비판하고 있는데, 그 이유가 유대인들이 예수를 못 박은 죄 때문에 학살을 당했다는 내용을 넣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저 글을 쓴 사람은 자신이 무슨 말을 했는지 알까?
실제로 중세 유럽에서 십자군 등 근본주의 기독교를 신봉하던 세력들이 유대인을 학살할 때, 내세웠던 핑계가 바로 "유대인들은 예수 그리스도를 못 박아 죽인 죄인이니, 그 죗값을 치러야 한다!"였다.
독일에 살던 유대인인 아인슈타인 박사도 어린 시절, 운동장에 떨어진 못 때문에 누가 다칠까봐 담임 교사에게 그 못을 가져갔다가, "유대인들은 이런 못으로 예수를 못박아 죽였다!"라는 조롱을 듣고 울었다고 했다.
그리고 이렇게 유대인을 죄인으로 모는 인식으로 인해서 중세 유럽에서는 유대인 박해와 학살이 일상적으로 벌어졌다.
히틀러는 그런 중세 유럽의 유대인 학살 전통을 충실히 계승했고, 실제로 히틀러의 유대인 말살에 열렬히 찬성하는 유럽인들도 굉장히 많았다.
반유대주의가 특히 강했던 동유럽 지역에서는 아예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유대인 사냥 조직을 만들어서 유대인들을 자기들끼리 학살하거나 독일군에게 넘겨주어 죽이게 했다.
저 위의 문장을 쓴 사람의 인식은 유대인을 박해하던 중세 유럽인들과 무엇이 다를까?
하긴, 한국의 근본주의 기독교인들은 종교가 사회를 지배했던 시절을 그리워하니까...